AI가 컷을 잘라 주는 시대, 영상 편집은 아직 배워야 할까


요즘 수업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. "AI가 자막도 달아 주고 컷도 잘라 주는데, 편집을 꼭 배워야 하나요?"
제 답은 "네, 배우셨으면 좋겠습니다"입니다. 다만 이유가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습니다. 이 글은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.
AI가 영상 편집에서 대신해 주는 것들
먼저 인정할 건 인정하겠습니다. AI는 이미 편집의 꽤 많은 부분을 대신합니다.
말이 없는 구간을 찾아 잘라 내고, 음성을 받아 적어 자막을 만들고, 긴 영상에서 하이라이트 후보를 골라 줍니다.
저도 이 흐름을 피하지 않았습니다. 강의 녹화 영상을 다빈치 리졸브에서 자동으로 러프컷하고 자막까지 달아 두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. 반복 작업을 기계에 맡기는 건 저도 찬성하는 쪽입니다.
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쓰면서 오히려 분명해진 게 있습니다.
자동 편집이 끝난 뒤에 남는 일
자동으로 잘린 타임라인은 '빈틈없는' 영상입니다. 하지만 '좋은' 영상은 아닙니다.
AI는 기준을 주면 그 기준대로 자릅니다. 몇 초 이상 조용하면 자르고, 같은 말이 반복되면 하나를 지웁니다. 그런데 어떤 침묵은 남겨야 하고, 어떤 반복은 강조입니다. 그건 규칙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. 이 장면이 무엇을 전하려고 하는지 알아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.

결국 편집에서 끝까지 사람에게 남는 일은 하나입니다.
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정하는 것.
판단하는 눈은 직접 잘라 본 손에서 생깁니다
그 눈은 설명을 듣는다고 생기지 않습니다. 직접 잘라 보고, 잘못 잘라 보고, 다시 붙여 봐야 생깁니다.
저는 캐나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컴포지터로 일했습니다.
AI가 만든 결과물을 보고 "뭔가 이상한데"라고 느끼는 것, 그리고 그게 왜 이상한지 말할 수 있는 것. 이 둘은 다릅니다. 앞의 것은 누구나 하지만, 뒤의 것은 직접 편집해 본 사람만 합니다. 그리고 AI에게 제대로 다시 시키려면 뒤의 것이 필요합니다.

그래서 지금 편집을 배운다는 건
예전에는 편집을 배운다고 하면 프로그램 버튼을 익히는 시간이 길었습니다. 지금은 그 시간을 AI가 많이 줄여 줍니다. 그만큼 남는 시간은 자기 영상을 직접 잘라 보면서 '왜 여기서 자르는지'를 고민하는 데 쓸 수 있습니다.
편한 도구가 생겼다고 판단까지 맡길 수는 없습니다. 오히려 도구가 빨라질수록, 그 결과물을 보고 "이건 남기고 이건 빼자"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더 귀해진다고 생각합니다.
여러분은 AI가 만든 영상을 보면서 "여기는 내가 고치고 싶다"고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? 그 느낌이 바로 편집을 배울 이유입니다.